커뮤니케이션과 지혜 6

〈라쇼몽〉에서 〈빨간모자의 진실〉까지: 진실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 GPT 시대의 소통과 서사에 대한 성찰

### 1. 서론: 질문이 바뀌었다 오늘날 우리는 무엇을 ‘진실’이라 부를 수 있는가? 수많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실에 도달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에는 언론, 법정, 학계 등 제한된 채널에서 제공되는 완결된 정보를 비교하고 선택하는 구조였다면, 지금은 정보가 끊임없이 생성되고 해석이 융합되며, 진실 그 자체가 유동적인 것으로 변모하고 있다. 롱펠로우의 시 《The Arrow and the Song》은 이러한 시대의 감각을 예감하듯 말한다: > I shot an arrow into the air,   > It fell to earth, I knew not where; 우리가 쏜 화살, 말, 생각, 질문은 그 즉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없다. 그것이 어디에..

GPT 시대, 우리는 어떻게 말하고 듣는가

기술이 바뀌어도,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은 변하지 않는다 요즘 수업을 준비하며 자주 드는 생각이 있다.기술은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말하고 듣는 인간의 모습은 의외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사람들은 여전히 정보를 알고 싶어하고,  의견을 표현하고 싶어하고, 감정을 나누고 싶어하며, 연결되고 싶어한다.오늘은 ‘변하지 않는 인간의 욕구’를 중심에 놓고 생각해보고자 한다.  1. 인간은 왜 소통하는가?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방대한 정보 속에 살고 있다.하지만 소통의 목적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정보를 알고 싶고,나를 알리고 싶고,감정을 나누고 싶고,누군가와 연결되고 싶다.기술은 수단을 바꿨지만, 인간의 욕구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그래서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어떻게..

파워 포인트: 정말 효과적인가?

파워포인트(PowerPoint)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발표 도구로, 제안 발표, 정보 제공, 학술 발표, 강의 등에서 널리 사용된다.  파워포인트는 정보를 단순히 전달만 하는 매체가 아니라,  발표자의 사고방식과 전달되는 내용에 영향을 주고,  결과적으로 조직내 토론이나 의사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이 있다.통계학자이자 데이터 시각화 전문가인 에드워드 투프테(Edward Tufte)는 『The Cognitive Style of PowerPoint』(2003)에서 파워포인트가 강요하는 인지적 스타일이 복잡한 논점을 피상적으로 다루게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파워포인트를  '언어적 공간적 사고를 약화시키고 통계적 분석을 타락시킨다'고 비판한다.  정보의 공유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협업..

집단의 두 얼굴: 집단사고 vs 군중의 지혜 ( Group Think vs Wisdom of Crowds )

개인이 집단으로 모이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도 있지만, 반대로 집단사고에 빠질 위험도 크다. 민주적인 토론을 거쳐 결론을 내리는 대신, 감정이 증폭되거나, 소수의 의견에 휘둘리거나, 극단적 견해가 강화되기도 한다. 군중의 지혜에 대한 수로비예키 (Surowiecki)나 공론조사 (Deliberative Polling)에 대한 피시킨 (Fishkin)의 주장을 보면 집단이 현명해지는 조건을 만족시키는 일이 어렵지는 않다. 그러나 집단에서 특별히 노력하지 않으면 저절로 군중의 지혜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즉 일반적인 소집단은 집단심리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애쉬의 실험: 집단의 힘 집단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자. 이것은 솔로몬 애쉬 (Solomon Ash)의 1951년 실험에서 잘 나타났다. ..

올바른 소통방식이 중요하다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놀라울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든지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터넷과 디지털 미디어가 처음 도입될 때,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소통의 증가가 인류의 상호 이해를 촉진하고, 갈등보다는 협력과 평화를 이끌어낼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소통의 증가가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오지는 않는 듯하다. 오히려 과도한 소통이 국가 간 혹은 개인 간의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 (Robert Frost)는 그의 시 Mending Wall 에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온다.  Good fences make good neighbors담이 좋은 이웃을 만든다 이 시에서 시인은 담을 허물고..

군중의 지혜: 집단이 개인보다 현명해 지려면

우리는 개인이 하기 힘든 일을 집단으로 모여서 한다. 개인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을 집단의 통해 할 수 있다.  과학이나 학술연구에서도 집단 연구가  더욱 중요해 지고, 실제로 공동연구의 비중은 점점 증가한다.  하지만 집단에 참여한다고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구성원 간의 갈등이 발생하기도 하고,  기대했던 성과가 나오지 않을 때도 많다. 또 각종 위원회나 평가회의에 참여해 보면 집단이 항상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도 아니다. 미국의 언론인 제임스 수로비에키(James Surowiecki)는 『군중의 지혜(The Wisdom of Crowds)』에서 다수의 사람이 모인 집단이 개별 구성원보다 훨씬 더 현명해질 수 있다고 주장하며, 그러한 결과가 나오기 위한 조건을 제시했다. 그 중의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