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소통을 늘 강조하지만, 상대가 내 말대로 움직여야 소통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설득이 되어야 소통이 되었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소통과 설득은 분명히 다르다. 아니 달라야 한다. 설득은 특정 행동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적 행위이고, 소통은 상대의 감정, 욕구, 맥락을 이해하고 연결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설득이 효과를 중심에 둔다면,소통은 관계와 의미를 중심에 둔다.그렇다고 설득과 소통이 서로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정한 설득은 소통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며, 설득 없는 소통은 공허한 공감에 그친다. 영화 『라쇼몽』은 설득의 과잉과 소통의 부재가 어떻게 진실을 왜곡하고 파편화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자기 정당화를 위한 말을 쏟아내지만, 누구도 타인의 말을 들으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