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진 개인이 하나의 공동체가 되려면 소통과 그에 기반한 설득이 필요하다. 소통과 설득이 없다면 공동의 목적이 없는 군중에 불과하다. 흔히 도덕성의 중요성을 말하지만, 선한 의도만으로는 사회를 변화시키거나 함께 움직이기는 어렵다. 선한 의도에 설득력이 더해져야 한다. 그래야 함께 갈 수 있다.
영화 『라쇼몽』은 소통의 부재가 어떻게 진실을 왜곡하는지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은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 대신에 자기 관점의 말을 할 뿐이다. 그래서 말을 들을 수록 진실은 더욱 알기 어렵다.
인간의 태도와 행동을 변화시키는 방법은 오래 전부터 인류의 주요 관심사였다. 이름은 다르지만 - 설득, 선전, 피알, 광고 혹은 세뇌는 모두 인간의 행동을 바꾸려는 것이다. 최근에는 태도보다 행동 자체를 바꾸는데 초점을 두는 이론들이 주목받는다. 태도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행동변화에 초점을 두는 모형 중의 하나가 Fogg의 모형이다. 그는 어떤 행동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동기(Motivation), 능력(Ability), 그리고 자극(Trigger)의 세가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동기와 능력이 모두 있어도 계기가 없으면 행동은 실행되지 않고, 자극만 있어도 준비가 안 되어있으면 행동은 실패한다.
영국의 COM-B 모델도 유사하다. 행동(Behavior)을 위해서는 능력(Capability), 기회(Opportunity), 동기(Motivation)가 필요하다고 본다. ELM 이론은 행동이 아닌 태도를 대상으로 하지만 중요시하는 요소는 위의 두 행동모형과 같다. 사람의 태도는 동기와 능력에 따라 중심 경로(Central Route) 또는 주변 경로(Peripheral Route)를 통해 형성되거나 변화된다. 이처럼 각 모형은 개발 동기와 적용분야는 각기 다르지만 인간의 ‘동기’와 ‘능력’이 행동변화의 핵심이라는 것은 말해준다.
Colin Robertson는 이를 더 확장해,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한 여섯가지 전략을 제시하였다. 동기와 능력을 변화시키기 위한 방안을 개인적 차원, 사회적 차원 그리고 제도/환경적 차원에서 제시하였다.
| 차원 | 동기고취전략 | 능력제고전략 |
| 개인 | 감정 자극, 자아실현, 성취욕 부각 | 정보 제공, 실행 방법 안내, 자기효능감 강화 |
| 사회 | 사회적 인정, 동조 압력, 소속감 유도 | 협동, 커뮤니티 형성, 피드백 제공 |
| 제도 | 인센티브 제공, 규범 정립, 공식화된 요구 | 시스템 설계, 교육 기회, 환경적 접근성 향상 |
이들 전략이 시사하는 점은 사람의 행동이 메시지 뿐만이 아니라 환경이나 제도적 요소에 의해서도 달라진다는 점이다. 환경과 제도가 인간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새삼스러운 사실은 아니지만, 이것을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이용해서 인간행동을 변화시키는 방법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은 최근의 일이다.
그동안은 태도변화에 좀더 중점을 두는 설득방법들이 주로 연구되어 왔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엔 신념체계의 변화를 수반하는 태도변화 보다는 그러한 변화를 요구하지 않으면서 행동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모형들이 좀더 효과적일 것으로 본다.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이 주어지는 커뮤니케이션 환경에서 인간이 가진 복잡한 신념체계를 변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통적인 설득 방법도 잘 사용하면 효과가 있겠지만 앞으로는 특히 사회적 그리고 제도적 변화를 통한 간접적 행동변화 방식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큰 효과 보다는 작은 변화를 추구하는 방식이 오히려 효과적이다.
전통적으로 설득에는 다양한 소구전략이 이용되었다. 그 중의 몇 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위협소구: 공포를 자극해 개인적 동기를 유도한다.
- 문제해결 소구: 실행 방법을 제시해 개인의 능력을 강화한다.
- 유머소구: 방어 기제를 낮추고 접근성을 높인다.
- 사회적 증거소구: 다수의 행동으로 사회적 동기를 강화한다
- 보상소구: 금전·인정 등 외부 보상으로 유도한다.
- 실용소구: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강조해 능력을 높인다.
소통을 하겠다는 의지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이러한 의지도 적절한 테크닉이 수반되어야 의미가 있다. 전통적으로 연구된 소구방법을 잘 알아두는 것도 필요하지만, 간접적이면서 작은 효과를 추구하는 최근의 행동모형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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