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과 지혜

GPT 시대, 우리는 어떻게 말하고 듣는가

skcho 2025. 4. 1. 08:51

 

기술이 바뀌어도,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은 변하지 않는다

 

요즘 수업을 준비하며 자주 드는 생각이 있다.
기술은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말하고 듣는 인간의 모습은 의외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정보를 알고 싶어하고,  의견을 표현하고 싶어하고, 감정을 나누고 싶어하며, 연결되고 싶어한다.

오늘은 ‘변하지 않는 인간의 욕구’를 중심에 놓고 생각해보고자 한다.


  1. 인간은 왜 소통하는가?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방대한 정보 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소통의 목적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정보를 알고 싶고,

나를 알리고 싶고,
감정을 나누고 싶고,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다.

기술은 수단을 바꿨지만, 인간의 소통 욕구를 충분히 채우지 못하고 있다.. .
 

 2. 한 때는 ‘의견 지도자’가 있었다

커뮤니케이션 이론 중 하나인 2단계 흐름 이론(Two-step flow)은 정보가 대중에게 바로 전달되지 않고,
먼저 신문·라디오 등의 미디어 → 의견 지도자 → 대중으로 흐른다고 설명했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다.

  • 정보를 걸러주는 게이트키퍼
  • 정보를 해석해주는 의견 지도자

이들은 한 사회의 정보 흐름을 매개하고, 해석해주는 역할을 했다. 사람들은 게이트 키퍼가 선택한 정보를 접하게 되고, 의견지도자의 해석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 . 

3. 디지털 시대: 모두가 말하고 모두가 듣는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SNS, 유튜브, 블로그… 누구나 정보 생산자가 될 수 있다. 이제는 의견 지도자도, 게이트키퍼도 명확하지 않다.  시민이 올린 영상이 뉴스가 되고, 댓글과 조회수가 여론을 나타내는 척도로 여겨진다. 

정보도 이제 한 방향이 아니라, 여러 방향으로 흐른다. 그만큼 소통의 주체도 많아졌고, 구조도 복잡해졌다.

4. 알고리즘의 시대: 검색은 끝났고, 추천이 남았다

디지털 시대의 중심은 검색 가능성이었다. 검색이 되도록 제목을  붙이고, 키워드를  고르고, 해시태그를 단다. 정보의 생존 여부는 검색엔진 최적화(SEO)에 달려있다. 

그러면 앞으로는?   
미래엔 검색이 아니라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추천이 결정한다.  즉 게이트키퍼와 의견지도자 대신에 AI가 골라준다.

 5. GPT 시대: 정보는 만들어지는 것

생성형 AI가 등장하며 커뮤니케이션의 흐름은 또 바뀌고 있다. GPT는 정보를 찾아주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준다.

정보는 저장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알고 싶은가’에 따라 즉석에서 조합된다. 현장 즉석 생산이다.

이제 중요한 건 무엇을 묻느냐, 어떻게 묻느냐다. 표준적인 완제품은 없다. 내가 묻는 방식에 따라 생산품이 달라진다.

그동안의 게이트 키퍼 대신에 대신 질문을 하는 사람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6.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  말을 주고 받는 방식이 달라진다.

기술이 아무리 바뀌어도 인간의 소통욕구는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기술에 따라 우리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법은 달라진다. 과거에는 미디어와 의견지도자에게, 인터넷 시대에는 검색창에게 그리고 지금은 AI에게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를 알아야 한다. 나는 이 수업에서, 기술이 아닌 우리가 무엇을 알고 싶어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물어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