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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변 독립변수의 오류: 인식의 차이를 현실의 차이로 해석할 수 있는가?

skcho 2025. 3. 28. 14:33

변수 간 인과관계를 분석하려면, 기본적으로 독립변수가 변해야 한다. 독립변수가 변화함에 따라 종속변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는 것이 연구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독립변수가 변화하지 않으면, 그것이 종속변수에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내기 어렵다.

 

연구중에는 실제로는 독립변수가 변화하지 않았음에도 그 효과를 분석하는 연구가 다수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는 다음과 같다.

예컨대 “정주단지의 물리적 환경이 주민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를 보자. 연구 대상은 동일한 정주단지에 거주하는 주민들이며, 종속변수는 주민의 생활 만족도이다. 연구자는 독립변수로 물리적 환경을 설정하고, 그것에 대한 주민 개인의 평가를 수집하였다. 그러나 이 경우 실제로는 물리적 환경 자체는 하나이며 변화가 없다. 변화한 것은  물리적 환경이 아니라,  주민 개인의 인식, 즉 물리적 환경에 대한 평가이다. 

이와 같은 연구는 ‘물리적 환경의 효과’를 연구한 것이 아니라, ‘물리적 환경에 대한 지각(perception)이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것이다. 물리적 환경이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 자체의 영향을 분석했다고 보기 어렵다. 연구자가 분석한 것은 주관적 인식의 차이가 갖는 영향이지, 객관적 조건의 변화가 갖는 영향은 아니다. 

 이와 같은 연구결과를 근거로 “물리적 환경이 주민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판단을 한다면 타당하지 않다. 이는 실제 세계에서 존재하는 물리적 환경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할 뿐 아니라, 환경이 객관적으로 변화했을 때 만족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설명해 주지도 않는다.

이와 유사한 예는 리더십 연구에서도 발견된다. 예컨대 “CEO의 리더십이 종업원의 직무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연구가 있다고 하자. 이 경우 단일 기업 내 종업원을 대상으로, CEO의 리더십 스타일을 평가하게 하고, 동시에 직무 만족도를 조사하였다. 여기서 CEO는 한 명이며, 리더십 스타일 또한 변화하지 않는다. 종업원들 간에 차이가 있는 것은 CEO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 즉 지각된 리더십이다. 이 역시 CEO의 리더십이라는 독립변수가 변한 것이 아니라, 종업원의 주관적 인식이 다를 뿐이다.  이를 CEO 리더십의 효과로 해석하면 오류가 발생한다.

이러한 오류는 ‘실제(objective)’와 ‘지각(perceived)’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 발생한다. 변수의 이름은 실제 리더십, 실제 환경이라고 명명해 놓고, 실제로는 인식(perception)을 측정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분석 결과는 리더십이나 환경의 ‘효과’가 아니라, ‘지각된 리더십’ 혹은 ‘지각된 환경’의 효과라고 보아야 한다.

 사회과학에서 인과관계를 분석할 때, 독립변수의 ‘변화’는 필수적인 전제다. 그러나 단일한 환경이나 인물이 제공하는 ‘하나의 현실’을 두고, 그에 대한 주관적 인식의 차이를 기반으로 인과를 추론하는 경우가 있다.  변수 이름상으로는 ‘환경’이나 ‘리더십’이라는 객관적 실체를 다루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식(perception)의 영향을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실제로 측정했는지, 무엇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는지를 명확히 인식하고 해석하는 것이다. 인식의 차이를 현실의 차이로 해석하는 오류는, 연구 결과의 신뢰성과 일반화 가능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독립변수가 실제로 변이를 갖는지, 혹은 단지 지각된 차이만 존재하는지를 구분하고, 이를 설계와 해석 단계에서 명확히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