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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지피티에게 지시를 잘 전달해야:

1. 왜 ‘전달 방식’이 중요한가처음 ChatGPT를 사용할 때는, 단순히 일을 ‘지시’하면 알아서 처리해줄 거라 기대했다.예컨대 문장을 교정하거나, 번역을 하거나, 데이터를 분석하라고 지시하면 곧바로 결과물이 나올 줄 알았다. 아마 많은 사용자들이 비슷한 기대를 가졌을 것이다.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아 내가 다시 고치고, 다시 지피티에게 넘기고, 또 수정을 요구하는 일이 반복된다. 어떤 작업은 한두 번이 아니라 서너 차례 이상 되풀이해야 비로소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온다.이처럼 ‘단순 지시’로는 원하는 품질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것이 필자의 경험이다.지피티가 일을 못해서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바를 충분히 명확하게,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핵심은 ‘무..

AI에게 일시키는 법: 메타워크의 시대

# 우리가 ChatGPT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 ChatGPT는 이제 단순한 자료 검색이나 문서 교정을 넘어, 지식 탐색, 시각화, 분류 등 다양한 업무에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여러 분야에서 점차 사용 빈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업무의 방식과 효율에 변화를 가져오는 중이다. 물론 기대만큼 항상 유용한 것은 아니다. 예컨대 학술 논문이나 학생 과제를 보면, ChatGPT를 사용했다고 해서 반드시 결과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필자의 경험으로도, ChatGPT를 통해 어떤 작업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그만큼의 숙련과 조정이 요구되었다. 환각(hallucination) 현상, 문맥 상실, 신뢰성 문제 같은 기술적 한계도 여전하다. 예를 들어, 생성된 문서를 사용할 때는 반드시 원문을 확인해야 하며, 통계 분석..

커뮤니케이션과 공신력: 어떻게 신뢰받을 수 있을까?

같은 말이라도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 수용자의 반응은 달라진다. 이처럼 말하는 이의 속성이 메시지의 설득력에 영향을 주는 특성을 ‘공신력’이라 한다. 공신력은 단일한 요소가 아니라 여러 가치 특성의 결합으로 구성된다. 일반적으로는 전문성을 갖추었는가, 신뢰할 수 있는가, 매력을 지니는가 등이 핵심 기준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공신력은 설득 커뮤니케이션에서 핵심 변수로 작동하며, 많은 이들이 메시지의 수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이를 강화하려 노력한다. 예컨대 같은 건강 정보를 전달하더라도, 평범한 개인보다 전문의나 공공기관의 발표가 더 신뢰받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공신력 차이 때문이다. 공신력은 수용자가 메시지의 진위나 타당성을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더욱 중요하게 작용한다. 정보의 양이 많거나, 해..

ChatGPT 글쓰기

GPT 글쓰기의 현실많은 학생이 GPT를 쓴다. 무성의한 글은 줄었지만, 그 자리에 ‘내용 없는 GPT식 글’이 늘었다. 예전엔 인터넷에서 복사해 붙이던 게 문제였다면, 지금은 GPT가 만들어준 문장을 그대로 제출하는 게 문제다. 결국 공부하지 않은 글은 언제나 있고 또 여전히 금방 티가 난다.학술지 편집자로도 비슷한 사례를 많이 본다. GPT로 쓴 듯한 글은 어색한 말투, 비어 있는 주장, 엇갈린 흐름이 특징이다. 사실 GPT로 쓴 글 중에 수준 높은 건 거의 없었다. 표현력과 사고력, 그리고 도구 사용많은 이들이 GPT가 언어 능력을 떨어뜨린다고 말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우리는 계산기를 써도 덧셈 능력을 완전히 잊진 않는다. 중요한 건 어떤 능력을 대체하고, 무엇을 새로 키우는가다.문..

이번 학기 커뮤니케이션 수업을 시작하며

나는 커뮤니케이션을 단순히 말하고 듣는 기술로 보지 않는다. 우리가 어떤 말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듣고, 누구에게 말하느냐가 더 중요할 때가 많다. 이 이야기를 학생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이유는, 커뮤니케이션이 넘치는 듯 하면서도 가끔은 외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학기가 시작하기 전부터 학생들에게서 이메일이 온다. 대부분은 이번 학기에 이 수업을 듣지 못하면 졸업에 지장이 있으니, 수강 변경 신청서에 사인해서 보내달라는 정중한 부탁이다. 학생으로 당연한 부탁인데도 성의 있게 쓴 긴 편지를 보면 답장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수강신청 변경 기간에 다시 시도해보세요”라고 안내를 보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답장이 온다. “알겠습니다. 그 때 신청이 안될 수 있으니....그래도 교수님, 사인 ..

챗GPT 통계분석의 한계와 정밀회귀 GPT의 해법

챗GPT의 통계분석, 정말 믿어도 될까?챗GPT는 질문에 답하고, 글을 요약하거나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까지 활용되는 도구다. 통계분석 기능은 자연어로 회귀모형을 만들고, 논문 형식에 맞는 결과 해석까지 제공한다는 점에서 많은 사용자의 흥미를 끌고 있다. 연구자가 복잡한 통계 기법을 몰라도 “회귀분석을 해줘”라는 명령 하나로 분석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그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학술발표에 따르면, 챗GPT는 통계적으로 정교한 연산을 수행할 수 있으나, 연구자의 지시가 모호하거나 잘못될 경우 그 오류를 스스로 바로잡는 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조성겸, 김성중, 백석원. "ChatGPT 데이터 분석의 신뢰성: 지시문과 통계적 타당성의 조화", 한국조사연구학회 2025 춘계학술대회 발표논문. ..

머신러닝, 무엇을 이해해야 하는가

많은 논문과 보고서에서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하였다”는 문장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머신러닝’이라는 용어가 주는 거리감은 여전히 크다. 회귀분석이나 로지스틱 회귀처럼 익숙한 통계 기법과 달리, SVM, 랜덤포레스트, 부스팅, 신경망 같은 용어는 복잡하고 난해한 분석 방법을 떠올리게 한다.그러나 논문의 분석 내용을 이해하고, 결과의 타당성을 판단하기 위해 꼭 모든 알고리즘의 수식 구조를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각 알고리즘의 특징, 성능 평가 방식, 그리고 분석 목적에 따른 선택 기준을 이해하는 것이다. 머신러닝이란 무엇인가? 머신러닝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동으로 규칙이나 패턴을 학습하고, 이를 이용해 새로운 데이터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전통적인 통계 분석이 변수 간의 관계 해석..

머신러닝 2025.06.13

『킹스 스피치』와 GPT 시대: 말하기 도구는 나를 표현하는가, 숨기는가

The King's Speech는 영국 조지 6세(버티)가 왕세자 시절부터 겪어온 말더듬증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그의 형 에드워드 8세가 왕위를 포기하면서 원치 않았던 왕좌에 오르게 된 그는, 국민 앞에서 연설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언어치료사 라이오넬 로그와 만나 말하기 훈련을 시작한다. 결국 그는 자신의 말더듬증을 극복하고, 제2차 세계대전 발발을 알리는 역사적 라디오 연설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직전의 영국을 배경으로 하며, 당시 라디오는 대중 소통의 핵심 매체였다. 이 때문에 ‘왕의 음성’은 단순한 개인의 목소리를 넘어서, 국가의 권위와 정당성을 상징하는 정치적 수단으로 여겨졌다. 특히 히틀러가 탁월한 연설 능력으로 독일 사회를 전쟁체제로 바꾸어 가는 것과 대비되어,..

소통은 기술이 아니라 용기다

나는 평생 동안 다양한 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을 경험해왔다.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수많은 강의와 발표, 회의, 대화를 나누었고, 사회자, 참석자 등 여러 역할을 수행 했다. 이제는 소통이나 말하기에 편안함을 느낄 때가 되었다고도 생각하지만, 막상 말을 해야 할 순간에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예를 들어, 하고 싶은 말은 분명한데, 막상 입 밖에 나오는 말은 의도한 바와 어긋날 때가 있다. 상대에 따라 말을 걸기가 망설여질 때도 있다.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외모나 분위기, 상황에 따라 편안하지 않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사람들과 식사를 할 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어색한 침묵 속에 식사만 할 때도 있다. 분위기를 좀 더 사교적이고 ..

『더 퀸』, 여론을 어떻게 따라야 하나

영화 『더 퀸』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다이애나 비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들끓는 여론과 마주하게 된다. 대중은 왕실의 침묵을 냉담과 무관심으로 보고 비판적이다. 그러면 여론을 따라야 하는가 아니면 설득하고 이끌어야 하는가? 아니면 여론에 끌려가지 않고 자신이 믿는 가치에 충실해야 하나? 민주사회에서 여론은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여론이 언제나 숙고와 이성에 기반한 판단이지는 않다. 오히려 일시적인 정서적 반응이기도 하고, 언론의 프레이밍에 쉽게 휘둘리기도 한다. “질문이 여론을 만든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람들은 평소 주요 이슈에 대해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론조사의 질문을 받았을 때 즉흥적으로 대답하기도 한다. 월터 리프만(Walter Lippmann)은 대중은 현실을 직접 경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