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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과 공신력: 어떻게 신뢰받을 수 있을까?

skcho 2025. 9. 2. 08:54

 

 

같은 말이라도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 수용자의 반응은 달라진다. 이처럼 말하는 이의 속성이 메시지의 설득력에 영향을 주는 특성을 ‘공신력’이라 한다. 공신력은 단일한 요소가 아니라 여러 가치 특성의 결합으로 구성된다. 일반적으로는 전문성을 갖추었는가, 신뢰할 수 있는가, 매력을 지니는가 등이 핵심 기준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공신력은 설득 커뮤니케이션에서 핵심 변수로 작동하며, 많은 이들이 메시지의 수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이를 강화하려 노력한다. 예컨대 같은 건강 정보를 전달하더라도, 평범한 개인보다 전문의나 공공기관의 발표가 더 신뢰받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공신력 차이 때문이다.

 

공신력은 수용자가 메시지의 진위나 타당성을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더욱 중요하게 작용한다. 정보의 양이 많거나, 해당 주제에 대한 전문성이 없거나, 판단에 필요한 시간이 부족할 때 사람들은 메시지의 내용보다 누가 말했는가에 주목하게 된다. 이는 인지적으로 효율적인 전략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과학 논문에 등장하는 통계 수치가 진실인지 직접 검증하는 것은 비전문가에게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럴 때 사람들은 ‘해당 논문이 어디에 실렸는가’, ‘저자가 누구인가’와 같은 간접 지표를 바탕으로 신뢰 여부를 판단한다. 공신력은 이처럼 판단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일종의 신뢰 장치로 기능한다.

 

과거에는 이런 공신력을 사회적으로 검증하고 보증해 주는 제도적 장치가 존재했다. 정보 생산자나 발화자가 누구든, 일정한 절차와 기준을 통과해야만 사회적 발언권을 가질 수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언론과 학술지다. 언론은 취재와 편집 과정을 통해 정보를 검증하며, 학술지는 동료 평가(peer review)를 통해 연구의 타당성을 심사한다. 이런 구조 덕분에 사람들은 ‘○○신문에 실린 기사’나 ‘○○저널에 게재된 논문’이라는 정보만으로도 기본적인 신뢰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즉, 공신력은 개별 화자의 속성이라기보다는 공공의 절차와 제도를 통해 형성된 집합적 신뢰였다.

 

그러나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급속한 변화는 이러한 공신력 구조를 빠르게 약화시키고 있다. 우선, 매체의 수가 급증하면서 매체 간 위계와 구분이 모호해졌다. 한국에 등록된 신문만 해도 2만 종을 넘는다. 이 중에는 최소한의 편집 기준도 갖추지 못한 경우도 많고, 심지어는 정치·상업적 목적을 위해 허위 정보를 유통하는 매체도 존재한다. 학술지 역시 ‘약탈적 학술지(predatory journal)’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다. 여기에 GPT와 같은 생성형 AI의 등장은 새로운 문제를 야기한다. GPT는 방대한 정보를 요약하고 전달할 수 있지만, 그 정보가 어디에서 왔고 어떤 근거를 바탕으로 생성되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특히 GPT는 사실과 허구를 구분하는 인식 능력이 없기 때문에, 의도적 조작이 없더라도 결과적으로 거짓을 말하게 될 수 있다. 이제 사람들은 의심의 여지도, 판단의 단서도 없는 정보를 처리해야 한다.

 

이처럼 전통적인 공신력 체계가 약화된 시대에는, 정보의 수용자가 스스로 신뢰 여부를 판단해야 할 부담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보량이 폭증한 환경에서 이런 인지적 부담은 비현실적일 정도로 크다. 결국 다시 공신력을 회복하려면, 새로운 방식의 신뢰 장치가 필요하다. 가장 기본적이고 전통적인 방법은 정보의 생성 과정과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재현 가능한 근거, 중간 산출물의 공개, 인용과 출처의 명시 등은 정보 생산자의 진정성과 책임감을 드러내는 실천이다. 모든 커뮤니케이션에서 이를 적용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신뢰를 얻고자 한다면, ‘어떻게 이 메시지가 만들어졌는가’를 보여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신력의 위기는 사회적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개인 차원에서는 그 역설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제 누구나 매체에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시대지만, 그렇다고 전달이 쉬워진것은 아니다. 문제는 공신력을 주장하는 매체나 개인이 너무 많아졌고, 이로 인해 개인이 발화한 메시지가 의미 있게 전달되기가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말할 기회 자체가 제한되었지만, 이제는 말해도 들리지 않는 구조가 된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이 사회적 수준의 검증 절차—예컨대 정보기탁이나 동료 평가—를 적용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 절차의 핵심 정신은 개인도 일정 부분 준용할 수 있다. 즉, 정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근거와 맥락을 갖는지를 투명하게 밝히고 고지하려는 태도는 개인 수준에서도 실천 가능한 공신력 회복 방식이다. 이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보가 믿을 만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커뮤니케이션’**으로 나아가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