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누군가의 말을 듣고 있지만, 정작 들어야 할 말을 놓치기도 한다. 목소리가 크거나 말할 욕구가 강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들리지만, 표현이 서툰 사람의 의견은 지나쳐 버리기 쉽다. 경청이 중요한 이유는 말이 작더라도 귀 기울여야 할 사람의 이야기를 듣게 하기 때문이다.
소통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상호작용이다. 한 사람의 말에 다른 사람이 반응하는 것, 그것이 바로 소통이다. 우리는 이를 통해 관계를 형성하고 공동의 목표를 달성한다. 이 과정에서 경청은 필수다. 경청이 없다면 상호 작용이 아닌 일방적 관계가 된다.
경청은 국가나 사회적 차원에서도 중요하지만, 소집단에서 더욱 중요하다. 가족, 친구, 직장 팀, 학습 모임 등의 소통방식이 사회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소집단의 경청은 말할 기회를 보장하는 것에서 시작되지만, 이러한 기회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의도적으로 상대방의 발언을 막지는 않더라도, 무의식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 번째로, 누군가 말을 할 때 다른 일을 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대화를 나누면서도 스마트폰을 보거나, 다른 자료를 뒤적이는 등의 행동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태도는 말하는 사람의 표현 의지를 낮출 수 있다. 경청은 단순히 말하는 내용을 듣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상대의 말을 받아들이는 것을 포함한다. 그래서 우리는 표현 동기와 욕구가 낮은 사람에게는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 직접적으로 방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역시 경청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상대방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만드는 것도 잘 듣는 것에 포함되낟.
둘째로는 발언의 균형이다. 회의할 때, 한 개인이 발언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다른 사람들의 발언 기회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 특정 인물들이 논쟁을 주도하는 경우, 논의 구조가 왜곡되면서 다양한 의견이 충분히 개진되지 못한다. 이럴 때 진행자가 발언기회를 적절히 조율하지 않으면, 회의는 특정 소수의 의견만 반영될 수 있다. 진행자가 없거나 경험이 부족할 경우도 많기 때문에 우리는 각자가 진행자가 아니더라도 다 같이 관심을 두고 노력해야 한다. 경청은 단순히 상대방의 말을 듣는 것을 넘어, 모든 구성원이 균형 있게 발언하도록 조정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소집단 회의에선 각 참여자가 공평한 기회를 갖고 의견을 나누어야 한다. 표현력이 부족한 사람이 아이디어나 생각 자체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경청은 상대방의 잠재된 아이디어나 의견을 끌어내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발언 기회가 필요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 자체가 나의 권리를 지키는 행위와 연결된다. 상황에 맞게 부드럽게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끌어내고 때로는 적극적으로 상대의 말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잘 듣기' 위해서는 적극적이어야 한다.
셋째, 상대의 말을 평가하기보다 이해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상대가 말할 때, 그 말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과 같이 모인다는 것은 내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좋은 안을 찾기 위한 것이다. 상대의 말에 집중하지 않고, 부정적인 부분부터 말하면 상대방이 말을 꺼리게 된다. 어떤 주장인지 끝까지 듣는 것이 좋다. 듣는 동안은 좋고 나쁨을 평가하려 하지 말고 이해하는 것에만 집중해야 한다.
넷째, 비언어적으로도 관심을 표현해야 한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박수를 치는 등의 적극적인 피드백도 효과가 있다. 처음엔 어색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표해 보면 그런 조그만 행동들이 얼마나 연사에게 힘을 줄 수 있는지 알게 된다. 상대가 예의상 그렇게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 말을 열심히 듣는다는 제스처가 힘이 되고, 때때로 악의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부정적인 표정에 접하게 되면 영향을 받는다.
다섯째, 소통 채널과 시간은 열어두도록 하자. 각자 익숙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있고, 그것을 통해 의견을 표현하고 싶어 한다. 간혹 특정 소통방식이나 시간에 대한 선호가 분명한 사람도 있다. 자신이 익숙한 방식으로 편한 시간에 대화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것이 상대에게는 말할 기회가 줄어드는 것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상대의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 아니면 상대가 내게 말하는 것이 필요한 것인지다. 내가 듣는 것이 중요하다면 소통 채널을 열어두게 되며, 상대가 말하고 싶은 욕구가 크다면 결국 그들은 말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내가 좋아하는 채널만 고집하다 보면 정말 들어야 할 사람들의 의견을 놓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표현되지 않은 부분을 너무 깊이 해석하지는 말자. 상대방이 표현하지 않은 부분을 지나치게 해석하다 보면 이해보다 더 큰 오해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상대가 말할 기회는 적극적으로 주되 해석에서는 지나치게 적극적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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